어둠속을 걷는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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관리자 2022-01-13
아침마저 어두웠다
하루의 시작부터 질척거리는 어둠이 밝히고
어둠이 쓸면 어둠만 남고 아침이 쓸린다
어둠의 때가 엉겨 긁어내면 생활에 구멍이 났다
철판 같은 밤
그런 어둠 속을 머리 디밀고 걸어왔지
지금은 어둠의 머리 잘 빗겨 주고 같이 낮잠 자는 부부같이
심드렁 할 때가 잠깐 있지만 어둠은 그렇게 친할 게 못 된다
내가 조금 방심하면 지금도 철사줄로 나를 묶는데
아찔한 절벽처럼 고소공포증에 날 시달리게 하는데
죄의 영혼들이 몰려다니다가
덩어리를 만들어 구둣발로 마음 안쪽까지 쳐들어와
주리를 틀고 내 얼굴을 질겅 씹는데
절대 빈손이 아니다 온몸에 치렁치렁 사슬을
걸어 두어 무겁게 어둠이 된 것들
그 어둠 속을 걸으면 나는 여위고 어둠은 터를 넓힌다
사는 것이 그러하다고 저기 저 어둠 속에 나의 살들이 살고 있다고.
신달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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